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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논평]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인권위의 당연한 권고, 이제는 국회가 응답할 차례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9-08-26 14:39:51  |   icon 조회: 631
[공동 논평]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인권위의 당연한 권고, 이제는 국회가 응답할 차례
-정보‧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예방‧통제하는 방향으로 통비법 개정해야
-변화된 정보통신환경에 맞는 엄격한 규율과 요건 규정 필요
-통신수사에 있어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확실히 보장해야

1. 지난 7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정부가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 에 대해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사기관의 과도한 권한 남용을 예방‧통제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하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우리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 표명을 환영하며, 정부와 국회가 이를 수용하여 통신비밀보호법을 전면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2. 통신의 비밀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따라서 통신 수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할 수사기법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보‧수사기관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광범위한 통신 수사를 남용해 왔음에도 이에 대한 법적 통제가 미비하였다. 특히 집회 참여자, 취재 중인 기자, 파업 중인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감시와 수사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노동권 등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광범위하게 침해해왔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2010년에는 ‘통신제한조치 기간과 연장’에 대하여, 2018년에는 ‘실시간 위치추적 자료’, ‘기지국 수사’, ‘인터넷회선감청’ 등과 관련하여 지속적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왔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입법 시한인 2020년 3월 31일까지, 통신비밀보호법의 위헌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3. 그러나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은 그간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수사의 편의성과 법 집행의 효율성만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정보주체의 통신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담고 있지 않다. 또한 빠르게 변화해온 통신 환경과 지능화되고 자동화되어가는 감시 기술의 발전에 대응해 기존의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확인자료 등에 대한 기본 개념을 점검하고 새로운 수사기법의 인권침해 가능성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개정안에는 이에 대한 고민이 부재하다.

4.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표명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통신제한조치(감청) 연장과 관련하여, 총연장기간 또는 총연장횟수를 축소 및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 개정안의 경우 총 연장기간을 1년을 원칙으로 두고 예외적으로 3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과도한 기간이어서 헌재 결정의 취지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둘째, 위치정보 추적자료제공, 기지국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은 물론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 일반에 있어, 그 대상범죄를 한정하고 구체적인 범죄혐의 또는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 소명 요구, 보충성 요건 강화 등 자료제공의 요건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 헌재는 이것이 비내용적 정보이기는 하나 타 정보와의 결합과 분석을 통해 정보주체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유추해낼 수 있기에, 강력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정부 개정안의 경우,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에서 여전히 ‘수사의 필요성’만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하다. 위치정보 추적자료 또한 정보주체의 통신의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이 침해될 여지가 매우 높은 민감한 정보로 관리되어야 하는 바, 대상범죄를 엄격하게 한정하고 그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명시하며, 특히 보충성 요건에 있어 다른 방법으로는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같이 제한이 필요하다. 기지국 통신사실 확인자료 또한 그 특성상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개인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되고 이에 따른 기본권 침해가 폭넓게 발생하므로 그 대상 범죄와 관련성 소명 및 보충성 측면에서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

셋째,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 통지제도와 관련하여, ▲통지사항 명문화 ▲통지의무 위반자에 대한 제재규정 마련 ▲공소제기 등 수사상 보안유지 필요사유 소멸 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사실에 대한 즉시통지 ▲통지유예 기간 규정 ▲법원 등 객관적ㆍ중립적 기관의 허가 ▲보다 엄격하고 구체적인 유예사유 명시 등 제도 보완을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 개정안은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자료 제공 요청사유 등의 통지사항을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수사기관의 통지의무 위반 시 이를 제재하는 규정 또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상당 기간 통지의 지체가 허용되어 있으며, 규정된 유예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무기한 유예가 가능하다. 해당 유예사유 역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측면이 커 여전히 남용의 우려가 있다.

이상과 같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은 통신 내용 뿐 아니라 통신 메타데이터의 보호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정보통신 환경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였다.

5. 다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에서 ‘인터넷 회선감청(패킷감청)’ 관련 내용이 부재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패킷 감청은 그 특성 상 감청대상자와 동일한 회선을 사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통신내용이 전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되고 저장된다. 특히 일상적 소통과 취미활동 등 생활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거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패킷감청의 위험성과 기본권에 대한 침해 정도는 기존의 통신감청과 차원이 다르게 높다. 이에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인터넷 회선감청을 제한할 필요가 있고, 헌법재판소는 국가정보원 등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에 대해 법원의 허가 단계부터 집행과정까지 감독 또는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도 관련 개선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6. 우리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환경과 기술의 발전을 고려하여 첨단 수사 기법이 헌법과 법률의 통제와 절차에서 벗어나지 않고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2019년 8월 26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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