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은 안타깝게도 잘못된 과거에 대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기본권이 무참히 파괴되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우리사회의 꾸준한 노력으로 장기수라 불리우던 남파공작원의 상당수는 고향인 북으로 돌아갔고, 민주화운동을 하다 고초를 당한 사람들에게는 '민주화운동 명예회복위원회'를 통해 명예회복과 보상을 국가차원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위 간첩으로 조작된 사람들은 어디 가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하소연 할 곳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저희가 아는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이장형씨와 강희철씨입니다.
이장형씨는 6.25 당시 참전하여 금성무공훈장까지 받은 사람이었지만, 검찰의 영장도 없이 연행되어 고문기술자라고 불리우는 이근안(불법감금과 고문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 현재 수감생활중)에게 57일간이나 전기고문등을 받아 인간으로서는 감내할 수 없는 고통속에서 허위자백으로 간첩이 되었습니다. 또한 강희철씨는 신혼 생활중에 역시 영장도 없이 연행되어 85일간 불법 감금된 상태에서 고문을 받고 결국 허위자백으로 간첩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무기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중에 1998년 8.15 특사로 가석방이 되었습니다.
비록 가석방으로 감옥에서는 나왔지만, 진상규명이 되지 않아 억울함은 더욱 쌓여가고 생활은 어렵기만 합니다.
이들의 고통을 전해들은 여러 인권단체들과 우리들은 진상을 밝히기 위한 노력 속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이 위증이었다는 새로운 증거들을 확보하게 되었고, 모진 고문 속에서 허위 자백한 것이 명백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이들의 뼈아픈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들은 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만 합니다.
사법부는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역사 속에 진실이 살아있다는 것을 모든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을 것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 천주교제주교구의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과 인권단체 모두는 모든 힘을 다하여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이장형, 강희철씨와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