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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교정시설 과밀수용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22-12-29 12:02:25  |   icon 조회: 805
[보도자료]
교정시설 과밀수용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12월 16일 교정시설 과밀수용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2020년 8월 구속되어 2022년 3월 석방될 때까지 약 1년 7개월 동안 4개 교정시설에서 과밀수용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은 A씨는 국가를 상대로 1152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습니다.

3. 2016년 헌법재판소는 서울구치소 과밀수용 헌법소원 사건에서 “교정시설 내에 수형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교정의 최종 목적인 재사회화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므로,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놨습니다(헌법재판소 2016. 12. 29. 선고 2013헌마142 결정).

4. 앞서 2011년 부산교도소 수형자 2명이 국가를 상대로 각각 7100만원과 3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소송의 2심을 맡은 부산고등법원 민사6부(재판장 윤강열)는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좁으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원고 2명에게 각각 위자료 300만원과 15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5. 지난 7월 위 사건의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과밀수용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을 내놨습니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다266771 판결). 재판부는 국가배상 책임의 기준이 되는 수용자 1인당 수용면적을 법무부의 정원 기준인 2.58㎡ 보다 적은 2㎡라고 판단한 부산고등법원의 원심 판결을 수긍했습니다. 이는 원심 판결이 수용자가 누운 방향으로 가로로 어깨넓이보다 넓은 1m 정도의 공간은 최소한 확보되어야만 다른 수용자들과 부딪히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시한 기준이지만, 이는 벽, 기둥의 중심선으로 둘러싸인 수평투영면적인데다가 사물함이나 싱크대 등의 면적을 뺀 실제 사용 가능 면적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므로 현실성이 없습니다. 1인당 수용면적을 법무부 보다 좁게 인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로는 교정시설에 만연한 과밀수용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합니다.

6. 우리 위원회는 이번 소송을 통해 국가배상 책임의 기준이 되는 수용자 1인당 수용면적을 법무부의 정원 기준인 2.58㎡ 보다 적은 2㎡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이를 상향하는 판례 변경을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과밀수용 직권조사 결정에 따르면, 교정시설 1인당 기준 면적은 2006년 2.58㎡에서 2017년 3.40㎡(화장실 포함)로 확대되었으나, 각 시설은 그 설계 당시 규정의 기준 면적으로 정원을 산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시설이 2.58㎡입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영국은 개인당 5.40㎡ △독일은 개인당 9㎡(연방정부 권고사항) △일본은 혼거실 1인당 7.20㎡에 달했습니다. 미국도 독거실은 5.57㎡, 2인실은 7.43㎡, 3인실은 14㎡에 달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계산에 따르면, 2017년 12월말 기준 한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최소한의 국제기준인 국제적십자사의 3.40㎡ 기준으로는 152%, 유럽고문방지위원회의 7㎡ 기준을 적용하면 무려 300%를 넘었습니다.

7. 외국 판례를 살펴봐도 2㎡는 너무 인색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르면, ‘고문 및 비인도적 또는 모욕적 처우나 처벌의 방지를 위한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ttee for the Prevention of Torture and Inhumane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는 혼거 수용실의 경우 1인당 최소수용면적을 4㎡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1인당 수용면적이 2.7㎡인 수용시설에 몇 개월간 수용한 경우 유럽인권협약 제3조(모욕적 처우의 금지)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Mandic and Jovic v. Slovenia; Strucl and Others v. Slovenia, Applications nos. 5774/10 & 5985/10, 20 October 2011).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7.6㎡ 내지 8㎡의 독거실에 2인이 수용된 경우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판단했고(BVerfG, NJW 2002. 2699 f.), 프랑크푸르트 주상급법원이 11.54㎡(화장실 포함)의 방에 3인이 수용된 경우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OLG Frankfurt a.M., NStZ-RR 2009, 326).

8. 한편, 우리 위원회는 이번 소송을 통해 과밀수용에 따른 위자료 액수를 상향하는 판례 변경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입니다. 대법원은 과밀수용 기간 1일을 기준으로 대략 1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저지른 위법한 구금 행위에 대한 배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번 소송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형사보상법은 미결구금 후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에게 최저임금법에 따른 1일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그 5배까지 보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밀수용 기간이 약 576일인 A씨가 1일당 2만원에 해당하는 1152만 원을 위자료로 청구한 이유입니다.

9. 이 소송은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인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셨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교우들과 시민들의 신청을 받아 소정의 절차를 거쳐 공익소송사건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붙임.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10.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붙임.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붙임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유현석 변호사님은 1927년 9월 19일 충남 서산군 운산면 거성리에서 출생하였다. 1945년 경성대학 문과을류(법학과)에 들어갔으나 1946년에 하향, 서산법원 서기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1952년에 제1회 판사 및 검사특별임용시험에 합격하였다.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법무장교, 육군고등군법회의 검찰관, 서울고등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부장판사 등을 지낸 후 1966년에 한국최초의 로펌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70년대 남민전사건, 80년대 광주항쟁, 90년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굵직굵직한 변론으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천에 분투하셨다.
1987년부터 1991년 2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직을 역임했으며, 199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법률실무연구회 운영위원장에 선임됐고, 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으로 취임하였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로회원으로, 언제나 든든한 배경이 되어 후배 변호사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셨다.
1950년 서산성당에서 유봉운 신부님에게 세례(세례명 사도요한)를 받은 이후, 교회 안에서도 많은 일을 하셨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는 한국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회장,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직을 맡아 활동하셨다. 그리고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해 후배를 키우신 선각자이자 1992년 이후에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늘 천주교인권위원회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셨다.
또한, 1992년 한겨레신문 자문위원장을 비롯해, 1997년 경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199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 2002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등 여러 사회단체의 좌장으로 신실한 신앙인이자 용기 있는 법조인으로, 지혜로운 예언자의 모습으로 한평생을 사셨다.
199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사건의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로 법정에 서신 것이 마지막 재판이 되었다.
유현석 변호사님은 2004년 5월 25일 선종하여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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