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로 취소된 그 기자회견 광장에서 다시 합니다”
광장에서 집회할 권리를 위한 소송제기 기자회견
- 서울광장 집회, 오세훈 허가는 필요없다 -
일시 및 장소: 2024. 12. 23.(월) 11:00, 서울시청역 5번 출구 앞
1. 귀 언론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2. 서울시가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한 사람에게 ‘광장 무단점유’를 이유로 부과한 변상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12월 23일 오전 11일 서울시청역 5번출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소송당사자와 소송대리인 등이 참석하여 소송 제기의 경위, 변상금 처분의 위법·부당성, 타 지역의 유사 사례 등에 대하여 발언했습니다(붙임3 발언 내용 참고).
3. 지난 8월 26일, ‘공권력감시대응팀’과 ‘더 많은 장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장소는 권리다! 빼앗긴 장소를 되찾기 위한 소란 집회”를 서울광장 서편에서 개최하였습니다.
4. 당시 집회 주최자는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하기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요구하는 집회신고는 하였으나, 서울시장의 사전 승인(허가)를 받도록 하는 「서울광장의사용및관리에관한조례」의 규정이 부당하기에 사용승인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5. 집회 이후 서울시는 2시간(17:45~19:45)동안 80m²의 면적을 무단 점유 및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집회 주최자에 대하여 40,270원의 변상금을 부과하였습니다. 이에 공권력감시대응팀과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지자체의 조례로서 공공 광장에서의 집회를 사실상 ‘허가 또는 금지’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와 같은 규정 및 관행에 항의하고자 변상금 취소소송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6. 한편, 당초 12월 4일 오전에 예정되었던 기자회견은 12월 3일 위헌적 계엄의 여파로 취소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비상계엄 포고령 1호에 적힌 “집회·시위를 포함한 모든 정치활동”과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집회·시위”를 “금한다”는 문구 앞에서, 우리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광장이 가진 공적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습니다.
7. 이번 소송이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실천의 장소였던 광장이라는 공적 공간이 갖는 의미, 그리고 우리 헌법이 집회의 권리를 명시해두면서 집회에 대한 사전 허가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목적과 취지를 다시 한번 상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8. 귀 언론사의 많은 취재와 협조를 요청합니다.
공권력감시대응팀 ⋅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집회시위인권침해감시변호단
[붙임1] 기자회견 개요
제목
광장에서 집회할 권리를 위한 소송제기 기자회견
“서울광장 집회, 오세훈 허가는 필요없다”
공동주최
공권력감시대응팀,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집회시위인권침해감시변호단
일시
2024. 12. 23.(월) 11:00
장소
서울시청역 5번 출구 앞
순서
사회 :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소송당사자 발언 :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
변상금 부과의 배경과 납부 거부의 의미
소송대리인 발언 :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소송 제기 취지 및 주요 주장
연대발언 : 박이현 문화연대 활동가
공공 장소/공적 공간으로서의 광장의 의미
연대발언 : 주장욱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너머서울
서울시 광장 통제의 문제
연대발언 :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
서울광장에서의 유사한 침해 사례 공유
연대발언 : 장종인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타 지역 사례 : 인천애뜰 헌법소원의 과정과 의미
[붙임2] 소송 개요
당사자
원고 : 김랑희 (집회주최자)
피고 : 서울특별시장
법원
서울행정법원
사실관계
원고는 2024. 8. 26. 서울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서 2시간 가량 집회를 주최함
당시 원고는 경찰에 집회신고는 하였으나 서울시에 광장 사용신고는 하지 않음
피고는 2024. 10. 17. 원고의 무단점유를 이유로 40,270원의 변상금을 부과함
청구내용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여기에는 장소 선택의 자유가 핵심임. 어디에서 집회를 하느냐에 따라 집회의 목적과 효과가 결정되기 때문
특히 도시광장은 도심 중심에 위치하여 시민들의 이목을 받기 쉽고 주변에 여러 관공서가 위치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집회 장소로 중요한 의미를 지님
역사적으로 시민들은 서울광장 민주화항쟁,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등 광장에서의 집회를 통해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왔음
공유재산법 제20조는 행정재산에 대해 지자체장은 사용허가를 할 수 있다고 함
그러나 광장에서의 집회에 대해 위 공유재산법에 따른 사용허가를 요구한다면, 이는 헌법이 금지한 집회 허가제에 위반됨
또한 공유재산법 제20조 사용허가의 법 문언과 체계 해석상 위 사용허가는 장기간, 고정적으로 행정재산을 사용하는 것이지 집회와 같은 일시점유에는 적용할 수 없음
따라서 서울광장에서의 조례에 대해 서울시가 사용승인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위법함
나아가 서울광장의 의미와 역사를 고려했을 때 광장에서의 집회는 서울광장의 조성과 사용 목적에 맞는 ‘본래의 사용’임
따라서 사용신고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원고가 광장을 ‘무단점유’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무단점유자가 아니므로 변상금 부과 의무도 없음
[붙임3] 기자회견 발언 내용
소송당사자(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
- 변상금 부과의 경위 및 납부 거부 배경
저는 서울시장의 허락 없이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한 이유로 40,270원의 변상금을 부과하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제게 부과된 변상금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저와 함께 서울시에 공적 공간을 없애는 것을 규탄하며 소란스럽게 한 사람들 모두에게 부과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무단점유'를 했다는 것이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금액이 많아서 소송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를 비롯해 함께 집회했던 사람들은 이 변상금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신고된 집회에 대해 '무단점유'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 가능한지 묻고 싶습니다.
지난 8월 26일 집회는 당일 서울광장에 아무 행사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 경찰서에 신고했고 광장의 일부 공간을 두 시간 정도 사용했습니다. 집회를 하려고 광장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우리를 막고는 서울시청 공무원이 와서 허락을 해줘야만 광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경찰의 임무는 집회를 보장하는 것이지 서울시 공무원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어떤 집회에서 공무원의 허락을 받고 물품검사를 한 뒤에 집회합니까? 우리가 집회를 한 곳은 공공공간인 광장이지 사인 오세훈씨의 마당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변상금을 부과한 것은 서울광장을 사용하려면 그것이 집회이건 무엇이건 사용신청 절차를 거치도록 한 조례 때문입니다.
이 조례는 서울광장에만 있지 않습니다. 광화문광장은 더 심각합니다. 2022년 8월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하면서 오세훈 시장은 '건전한 여가와 문화 활동'이 광장의 목적이라며 집회를 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집회신고를 한 뒤에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사용신청을 한 것을 불허했습니다. 집회를 그대로 진행하자 서울시 공무원은 현장에 나와 변상금을 부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 뒤로도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는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사용을 불허하거나 광장을 서울시의 각종 행사로 채우면서 집회가 가능한 일정이 거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광장은 이제 서울시의 행사장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저는 그동안 광장에서 많은 집회를 했습니다.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권리를 요구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밀어내려고 했던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청소년, 가난한 사람 등 다양한 우리 사회의 사람들과 함께 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광장에 모인 목소리는 광장을 넘어 사회를 변화시켰습니다. 얼마 전 우리가 여의도에서 윤석열을 탄핵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제게 광장은 환대의 공간이고 위로의 장소이자 곁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곳이었습니다. 성소수자 동료시민들과 함께 축제를 즐겼고,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외롭지 않도록 광장을 지키며 저마다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습니다. 광장은 무지개빛으로 환대하고 노란 리본으로 연결했습니다. 사람들이 광장에 모인 것은 당신을 홀로 두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지난 토요일밤 남태령으로 모였던 응원봉처럼 말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열망이 이렇게 뜨거운데 여전히 광장은 닫혀있습니다. 우리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에서 집회할 수 있을까요? 요즘처럼 시민이 많이 모인다면 오세훈 시장도 눈치가 보여 집회하게 할까요? 아니 우리가 집회를 하겠다는데 오세훈 시장 허락을 받아야 할까요? 지금 이 소송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는 권리라는 것입니다. 광장은 사용목적에 맞지 않아서 안 되고, 도로는 교통에 방해가 되어서 안 된다는 것은 사실은 집회를 금지하고 싶은 권력의 핑계일뿐입니다. 지난 토요일 경복궁 앞 집회와 행진은 했지만, 남태령의 농민들의 행진은 차벽에 막혔습니다. 어떤 집회는 가능하고 어떤 집회는 불가능합니까? 그걸 결정할 권한이 경찰이나 오세훈 시장에게 있습니까?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습니까? 집회의 자유는 시민의 권리이고, 집회는 허가의 대상이 아니며, 국가와 경찰은 오직 집회의 권리를 보장할 책무만이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을 확인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광장을 열고 싶습니다.
소송대리인(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 소송 제기 취지 및 주요 주장
오늘 저희는 서울시가 원고 김랑희에게 부과한 변상금 40,270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 사건에서 다투는 금액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문제제기하는 대상은 단지 금액이 아닙니다. 광장을 조례로, 사용신고로, 허가로 통제하고 집회를 위한 공간을 닫고 있는 지자체의 위법한 행정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 우리가 서 있는 서울광장은 2009년 당시 오세훈 시장에 의해 시민들의 추모문화제가 불허되었던 공간입니다. 그후 시민들의 조례 개정운동으로 원칙적으로 사용신고만 하면 수리되도록 조례가 개정되었지만, 서울시장이 자의적으로 광장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여전합니다. 2023년과 2024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광장 사용 불수리, 2023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사용 불수리 등 시민들을 위한 광장 공간이 닫히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공유재산법 제20조와 서울광장조례에 의거해, 사용신고 없이 집회를 한 원고가 서울광장을 ‘무단점유’했다고 주장합니다. 공유재산법 제20조는 “행정재산은 지자체장이 사용허가를 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이것이 서울시 주장의 주된 근거입니다. 하지만 광장에서의 집회에 대해 공유재산법은 문언 그대로 해석하고 적용될 수 없습니다. 집회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취지를 무엇보다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집회 장소를 선택할 자유를 보장합니다. 특히 서울광장과 같이 도시광장은 다양한 시민들이 오고가는 공간이고, 주변에 여러 관공서가 있어 국가와 지자체의 위법한 행정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기에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일반논평 제37호에서 ““평화적 집회는 원칙상 공공 광장과 도로 등 대중이 접근 가능하거나 마땅히 접근 가능해야 하는 모든 장소에서 수행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광장에서의 집회는 집시법에 따른 신고 외에 별도로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집회 허가제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유재산법 제20조 사용허가는 법 전체의 문언을 해석했을 때, 집회와 같은 일시적 점유가 아닌 장기간의 고정적인 사용, 점유 행위에 적용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도 집회에 대해 별도의 공유재산법상 사용허가는 요구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원고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한 8월 26일 집회는 서울광장의 본래 사용 목적에 맞는 행위입니다. 실제로 서울광장 조례 제1조는 “ 집회와 시위의 진행 등을 위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 서울광장의 목적에 집회와 시위 진행이 포함됨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집회를 위한 공간인 이 광장에서 집시법에 따른 신고를 하고 평화롭게 집회를 하였을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원고는 광장을 ‘무단점유’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집회를 위해 사용신고를 요구하는 서울시장의 요구 자체가 위법한 법해석, 적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단점유를 이유로 원고에게 부과된 변상금 역시 위법하다 할 것입니다.
처음에도 이야기했듯이 이 소송은 단지 소액의 변상금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나아가 다른 지자체에서도 반복되는 광장에서의 집회 통제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송입니다. 부디 법원에서 이 사건의 의미를 분명히 파악하여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연대발언(박이현, 문화연대 활동가)
- 공공 장소/공적 공간으로서의 광장의 의미
광장은 넓은 빈터라는 뜻입니다. 광장은 비어있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채워질 수 있는 공간입니다. 광장은 애도와 추모의 공간이자 국가 권력을 뒤집는 잠재력을 지닌 공간입니다. 얼마 전 오세훈 시장은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거리로 조성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가 시민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계획을 철회해야만 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광장이 광장으로 남아있길 바라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세훈 시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서울시에서 광장을 지워가고 있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광장을 공원화하는 일입니다. 서울시는 광장을 공원화하며, 자신들이 정한 목적에 순응하는 얌전한 시민들만 출입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광장은 공원과는 결코 다른 공간입니다. 공원이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라면, 광장은 더 너른 쓰임을 지닌 장소입니다. 광장은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공간이자, 저항이 움트는 공간입니다. 최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에는 다양한 수목과 구조물이 들어서며, 광장이 지닌 사회적인 숨구멍이 막고 있습니다. 이제 광화문광장은 실질적으로 집회를 할 수 없는 반쪽짜리 광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에서 광장을 지우는 두 번째 방법은 조례를 통해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통제하는 방법입니다. 이미 경찰들이 집시법을 ‘사실상 허가제’로 만들어버렸듯,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광장을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시키고 있습니다. 광장이 여러 가능성을 품을 수 있는 빈터로 남기 위해서, 광장을 거미줄 같은 조례로 옭아매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서울광장 역시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규탄합니다. 서울시는 조례에서 ‘집회와 시위’가 서울 광장의 조성 목적 중 하나라고 규정하면서도, 지난 ‘변상금 부과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사실상 집회에 대해 서울시의 사용허가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광장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소유하는 공간이어서는 안 됩니다. 광장은 모두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집회 참여자와 시민을 갈라치기 하며 집회가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집회 및 시위의 권리를 제한하는 일은 응당 집회와 시위를 주최하고 참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집회와 시위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라는 점을 서울시는 되새겨야 합니다.
서울광장 집회에, 그리고 광장이라는 공적 공간을 공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오세훈을 비롯한 어떤 권력의 허가도 필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주장욱,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너머서울)
- 서울시 광장 통제의 문제
안녕하세요, 저는 홈리스를 만들어 내고, 홈리스를 차별하는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 홈리스행동의 활동가 주장욱이라고 합니다.
한 달 전쯤이었습니다. 한 홈리스 당사자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울시청 광장을 지나는데요, 광장 관리 인력 중 한 명이 불쑥 핸드폰 카메라를 켰습니다. 제가 마침 그 관리 인력 바로 뒤에 있었기 때문에, 그 카메라가 누구를 향해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저와 같이 광장을 가로지르던 그 홈리스 당사자의 뒷모습이 화면에 담겼습니다.
바로 제지를 했죠. 지금 무단으로 촬영하는 거냐, 왜 촬영하는 거냐, 물었습니다. ‘행색 이상자’를 보고해야 해서 그랬답니다. 그 날은 시청 광장에서 대시민 행사가 열리던 날이었고, 아동을 동반한 가족 단위 시민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행색 이상자’가 행여나 이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도 있으니 미리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찍으려고 했다는 게 그의 어처구니없는 답이었습니다.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할 광장은 홈리스에겐 언제나 차별적이었습니다. 광장의 홈리스들은 늘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집’이 없는 홈리스는 ‘집’을 대신해 ‘짐’을 지고 다닙니다. 추운 겨울날 조금이라도 더 껴입기 위해 여분의 옷을 가지고 다니는 식이죠. 그러나 관할 지자체는 툭하면 시민의 통행에 방해가 된다며 광장에서 그 짐을 ‘청소’해 왔습니다.
홈리스가 기거하는 텐트는 ‘화재 위험’이 있다며 철거합니다. 광장의 의자에는 눕지 못하도록 ‘노숙 방지 팔걸이’를 설치합니다. 경찰은 광장에서 홈리스만을 표적 삼아 불법적인 불심검문을 행합니다. 올해 서울시의회는 일명 ‘서울역 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조례’를 통해 홈리스는 곧 ‘불건전한’ 존재라는 낙인을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공권력에게,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에게 홈리스는 그저 광장의 ‘무단 점유자’일 뿐입니다. 그들은 홈리스의 존재 자체를 ‘불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행위들입니까? ‘노숙 행위’, ‘구걸 행위’는 경범죄 처벌 항목에 해당하기에 앞서 그 자체로 절실한 ‘생존 행위’입니다. 그러한 생존 행위를 강구하도록 만든 것은 실패한 정책, 실패한 정부, 실패한 사회, 실패한 세상입니다. 낡은 옷을 껴입고, 생필품으로 가득 차서 자기 몸만 해진 배낭을 메고 시청 광장을 가로지르는 것은, 실패가 만든 재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정말로 ‘불허’당해야 하는 대상은 홈리스가 아니라, 이 같은 사회적 재난을 지속시키고 방관하는 ‘권력’입니다.
민중이 함께 모이고, 분노를 드러내고, 이대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세상 당장 바꿔보자고 뭉치는 행위는 바로 우리 모두의 ‘생존 행위’입니다. ‘집회’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그 몸부림을 ‘허가’하거나, ‘불허’할 수 있는 이들은 없습니다. 오로지 ‘불허’당해야 할 ‘권력’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서울시는 민중의 생존 행위를 짓밟는 월권 행위를 당장 중단하십시오. 당신들이 ‘집회·시위’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이 당신들의 정치를 다소간에 보장해 주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민중들의 정치에 앞설 수 없습니다. 홈리스행동도, 또한 저도 빼앗긴 광장을 되찾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고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연대발언(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
- 서울광장에서의 유사한 침해 사례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집회 시위 불허, 통제 관련 가장 큰 피해자는 저희 민주노총일 것입니다. 지난 11월9일 전국노동자대회와 1차 윤퇴진 총궐기대회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피해자이고 가해자는 윤석열 정부 경찰입니다.
민주노총은 집회를 하기 위한 안정된 장소를 요구했습니다. 10만 여명이 참가할 거라고 사전에 이야기했고 그래서 충분한 공간으로 서울광장도 광화문 광장도 요구했지만 여러 핑계로 거부됐습니다.
윤정부는 시민들의 교통 체증 불편을 이야기 하며 어떻게든 집회 공간을 축소하려 합니다. 그러면 광장을 열면 되는 것 아닙니까?
광장은 국민들 것이고 민주주의의 장입니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광장에서 성장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독재정권이 주로 사용하는 시행령으로 통치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를 시행령으로 짓밟고 있습니다. 11월 9일 대회도 경찰청은 행진 순서를 지키지 않아서 행진을 막았다며 자신들이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집회 통고처분으로 행진 순서 대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그 순서가 틀리다고 막는 것이 말이 됩니까? 헌법적 권리가 경찰의 통고처분으로 짓밟혔습니다.
최근 부산 부경대학교는 윤퇴진 국민투표를 학내에서 한다는 이유로 제지했고 학생들이 항의하며 대학본부를 점거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학칙으로 정치활동을 학내에서 금지하는 규정 때문입니다. 이것 역시 학칙으로 학생들의 헌법적 권리를 짓밟는 행위입니다. 더구나 국가인권위원회 조차도 대학교내에서 정치활동 금지 학칙은 인권침해로 봐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헌법적 권리가 학칙이라는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짓밟히고 있습니다.
오늘 제기하는 소송 역시 집회의 권리를 허가제로 만드는 서울시 ‘광장 조례’의 문제입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서울광장 사용 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해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당시 서울시는 잔디관리를 이유로 집회 장소 사용을 불수리 했는데 재판에서 법원은 서울시의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민주노총은 광장 민주주의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함께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연대발언(장종인,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 타 지역 사례 : 인천애뜰 헌법소원 과정과 의미
2019년 9월 인천시는 인천시청 청사 정문과 담장을 허물어 시민과 소통하는 시민휴식공간을 조성하겠다며 '인천애뜰'이라는 광장을 시청 앞에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시민 소통의 장이라고 말한 인천애뜰에서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광장사용 조례를 만들어 광장에서의 집회를 금지하였습니다. 이에 인천시민과 단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 조례를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 청구하였습니다. 그리고 4년만인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 잔디마당에서의 집회, 시위에 대하여 시장이 전면적, 일률적으로 불허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인천애뜰 관리 조례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자체인 인천광역시의 행정사무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려는 목적이나 내용의 집회의 경우에는 장소와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여 상징성이 크고 집회의 장소로 인천애뜰 잔디마당을 선택할 자유는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집회장소를 항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원칙의 재확인이자 집회, 시위의 장소를 결정할 자유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임을 확인한 것입니다.
헌재 판결 이후 인천시는 조례를 개정했고 인천애뜰 잔디마당에서의 집회시위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이 판결 하나로 대한민국에서 집회, 시위의 자유가 모두 자유롭게 보장되게 된 것은 아닙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광장과 공원 많은 공적공간에서 저항과 항의는 여전히 금지되고 범죄 시 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탈시설권리를 외치며 서울지하철에서 이어져온 전장연의 지하철행동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아무런 법적인 근거없이 강압적 퇴거조치를 당하며 입틀막 당하고 있습니다. 2022년 인천퀴어문화축제는 집회신고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시설관리공단으로 부터 '소음 및 악취발생'이 우려된다는 말도 안되는 사유로 광장사용을 불허당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에도 인천퀴어문화축제는 부평역광장에서 축제를 개최하려 하였으나 부평구청이 광장사용신청 규정까지 어겨가며 기독교단체에 광장사용을 허가하면서 광장에서 축제개최를 할 수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2022년 '자유'를 35번 언급하며 취임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지 2년여가 지난 2024년 윤석열은 계엄을 선포하고 집회와 시위에 대한 금지를 포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항은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라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오세훈 앞에 이러한 헌법적 가치는 무참히 훼손되고 지자체의 조례가 헌법의 가치를 대신하는 민주주의 파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우리 국민과 시민들은 금지를 금지하는 저항으로 반드시 집회, 결사, 시위의 자유를 지켜낼 것입니다. 촛불과 응원봉으로 우리는 계엄과 내란에도 두려움없이 맞서온 시민들이고 그 힘은 지금 어느때보다 크게 번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지금이라도 당장 변상금 청구를 철회하고 광장을 열어 집회의 자유를 적극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들의 입틀막은 저항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저항을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