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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논평] 법무부는 교정시설 인터넷 편지 제도를 재개하라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24-12-30 13:54:52  |   icon 조회: 92
[공동 논평]
법무부는 교정시설 인터넷 편지 제도를 재개하라

1.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정시설 인터넷 편지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여 부분적으로 재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법무부장관에게 표명하는 10월 25일자 의견표명 결정문을 공개했다.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가 이번 의견표명을 계기로 인터넷 편지 제도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

2. 인터넷 편지 제도는 법무부가 교정시설 수용자의 접견 횟수 초과 및 원거리 거주 등의 사유로 접견이 곤란한 민원인의 편의 증진을 위해 2005년 도입됐다. 수용자의 지인이 법무부 교정본부 홈페이지의 인터넷 서신 메뉴에 들어가 본인 인증을 하고 제한된 분량의 서신(1일 1회, 1인/1개 기관, A4 1매 내외)을 작성하면, 교정시설에서 해당 서신을 출력하여 내용을 확인한 후 해당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제도였다. 이를 통해 수용자의 가족이나 지인은 수용자에게 무료로 신속하게 편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3. 수용자가 가족 등과 멀리 떨어진 교정시설에 수용되어 있을 경우 접견하기가 힘든데, 인터넷 편지 제도는 이를 보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법무부의 <2023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수용자 수신 편지 건수 8,940,940건 중 △일반편지 3,113,726건(34.8%) △특수우편물 1,524,949건(17.0%) △인터넷 서신 4,302,265건(48.2%)으로, 인터넷 편지가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편지 제도는 미결수용자의 경우에는 재판 준비를 위해 외부의 신속한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방어권 행사에도 도움이 되었다. 2022년 8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면담에서 “변호인 접견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교정기관 인터넷 편지 서비스의 이용횟수를 연내 확대하는 등 교정 행정을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힌 바 있다.

4. 그러나 2023년 10월 4일 법무부는 사용자 부담 원칙에 맞는 공공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인터넷 편지 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국가보안법 또는 건설노조 활동으로 인해 구속되었다가 인터넷 편지 제도 폐지로 외부교통권을 침해당한 수용자 9명이 2023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5.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결정에서 △인터넷 편지 제도를 이용한 수용자 수발업체의 불법적인 영업이 증가했고 △막대한 양의 편지 발송으로 예산·인력의 부담 문제가 발생했으며 △인터넷 편지를 대신할 수 있는 우정사업본부의 ‘e-그린우편’ 제도가 있으므로 수용자의 외부교통권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며 진정을 기각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정질서나 수용인의 교화에 중대한 위해가 되지 않는 한 외부교통권의 보장을 위해서 폭넓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며 △‘e-그린우편’의 배달 기간을 단축하고 △모바일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개선하며 △인터넷 편지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여 부분적으로 재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6. ‘e-그린우편’은 인터넷으로 접수하는 편의 외에는 기존 종이 우편과 큰 차이가 없다. ‘e-그린우편’은 △일반등기는 신청한 다음날부터 7일 이내(배달 3일 이내 + 제작일 2일 이내 + 토·일요일 2일), 익일특급은 신청한 다음날(12시 이전 결제 분에 한함) 배달되고, △제주 전지역은 익일특급 배달일 D+2일에 배달되며, △우편요금이 520원(일반통상)~3620원(익일특급)에 장당 추가요금이 있는 등 배달에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기존 인터넷 편지 제도에 비해 수용자의 외부교통권을 보장하는 데 부족함이 많다.

7. 인터넷 편지 제도를 폐지한 이유도 합리적이지 않다. 법무부는 제도 폐지의 이유를 묻는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수용자 심부름업체가 최근 5년간 크게 증가하여 이들 업체가 수용자를 대상으로 각종 불법적인 형태의 영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 편지 이용이 무료인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의 영업 수단이 된다는 이유로 인터넷 편지 제도를 폐지한 법무부의 조치는 주소를 잘못 찾은 것이다. 어떤 심부름업체가 불법적인 영업을 한다면, 법무부의 역할은 법률에 따라 해당 업체를 제재하는 것이지, 업체와 관계없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문제는 ‘e-그린우편’ 제도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인터넷 편지는 담당 교도관이 출력하여 전달하므로 불법적인 내용의 포함 여부를 확인하기에 용이하다. 한편 법무부는 2022년에 최대 12,195건의 인터넷 편지를 받은 수용자가 있다는 주장도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개인당 수신 가능한 편지의 수량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8. 인터넷 편지 제도의 폐지는 외부교통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부담하던 소액의 비용을 수용자의 가족과 지인에게 고액으로 전가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법무부가 인터넷 편지 제도의 폐지로 절감하는 비용은 연간 1.72억 원(A4 용지 및 프린터 토너 비용과 연간 인터넷 편지 건수를 통해 추산)인데, ‘e-그린우편’의 경우 일반 편지 발송 시 22억 3천만 원(A4 1장 기준)이 소요되고 1장을 초과하거나 특수 우편으로 발송할 경우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단순히 비용 때문에 수용자들의 외부교통권의 확대가 어렵다는 논리는 인권 보호와 증진을 우선시해야 하는 국가기관의 입장에서 적절치 않은 주장”이다.

9. 수용자의 외부교통권은 접견, 편지수수, 전화통화 등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적절히 개방하고 유지함으로써 가족 등 타인과 교류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관계가 인신의 구속으로 완전히 단절되어 정신적으로 황폐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장되는 권리이다. 따라서 교정시설의 존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용자가 편지 등을 통해 외부와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외부교통권의 보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가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의견표명에 따라 수용자의 외부교통권 강화를 위해 인터넷 편지 제도를 재개할 것을 요구한다.

10. 법무부가 법령의 개정 없이 내부 지침만으로 인터넷 편지 제도를 폐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제도가 2005년 도입 당시 법령의 명시적인 규정 없이 시혜적인 정책 수단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국회는 인터넷 편지를 접견·편지수수와 같이 수용자의 권리로 보장하는 내용으로 형집행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2024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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