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것도 가슴 답답할 일인데, 자신이 범인으로 혐의를 받아 사형을 선고받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도행 씨. 그는 1995년 6월 12일 이도행외과의원 개원 당일, 집에서 아내와 딸이 살해된 채로 발견된 후 약 7차례에 걸친 임의 동행으로 경찰에 의해 밤샘 조사를 받았습니다. 목격자도 범행수단도 지문도 혈흔이나 정액 등 직접증거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경찰은 오직 사망시각 추정과 현장의 화재 발화 시점 등 정황만 제시했음에도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국내 법의학계의 열악한 현실로 인해 이도행 씨는 범인으로 몰렸습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무죄를 확신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도행을 생각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법적인 지원을 진행했습니다. 1996년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죄, 98년 대법원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 다시 2001년 서울고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며 삶과 죽음의 길을 오갔던 그는, 드디어 2003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