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원회 논평>
국회는 더 이상 사형제도 폐지 논의를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 대한민국 국회, 열 번째 사형제도폐지 특별법안 발의에 부쳐 -
세계사형반대의날(Cities fo Life)을 하루 앞둔 지난 11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65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하였습니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 「사형폐지특별법안」이 발의된 이후 25년 만에 열 번째 사형제도폐지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입니다. 여론의 찬반 논란이 첨예한 사형제도폐지 법안을 용기 있게 대표발의 한 박지원 국회의원과 쉽지 않은 결정으로 공동발의에 참여했을 64명의 국회의원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이 법안은 가석방이 불가한 종신형을 사형제도 폐지의 대체형벌로 제시하고 있지만, 법안을 대표발의 한 박지원 의원 스스로도 밝힌 것처럼 사형제도의 대체형벌에 대해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22대 국회에서도 사형제도폐지 법안이 발의되었으니, 사형제도폐지 이후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지난 15대와 16대 국회에서는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대체하는 특별법안이 발의되었으나, 17대 국회부터는 21대 국회까지는 가석방이 불가한 종신형을 대체형벌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발의되어 왔습니다. 18대 국회에 발의되었던 일부 법안에는 가석방뿐만 아니라, 사면과 감형까지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종교·인권·시민사회가 가석방이 불가한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사형제도폐지 법안을 지지했던 이유는 중범죄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재적 국회의원의 과반수가 넘는 여야 의원들을 공동발의에 동참하게하기 위해서는 가석방이 불가한 절대적 종신형을 대체형벌로 하여 우선 사형제도 부터 폐지하자는 입법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그 입법적 전략적 선택을 지난 20년간 그대로 두고 인권에 기반 한 대체형벌을 도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금부터라도 사형제도의 폐지와 동시에 도입되어야 하는 대체형벌의 대안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때입니다.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해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지 27년입니다.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기존 형벌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대체형벌을 도입하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입니다. 사형제도를 폐지한 많은 국가들에서는 가석방이 불가한 ‘절대적 종신형’ 보다는 가석방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상대적 종신형’을 택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인권단체들도 가석방이 불가한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제도와 같은 인권침해적인 형벌이라 규정하고 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신형은 감춰진 사형이나 다름없다"는 말로 사형제도와 절대적 종신형 모두 사라져야 하는 형벌제도라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20년과 2022년 유엔총회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유예)’ 결의안에 찬성 표결을 하였습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2023년)와 고문방지위원회(2024년)는 연이어 사형제도 폐지를 우리 정부에 권고하였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유예)를 넘어 완전한 사형폐지국가로 나아가야합니다.
인권에 기반 한 사형제도 대체형벌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여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국회는 더 이상 사형제도 폐지 논의를 피하지 말고 공식적이고 전면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을 당부합니다. 생명과 인권을 위한 옳은 선택에는 머뭇거림이 없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22대 국회에서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사형제도폐지 법안 역시 발의될 것을 믿습니다.
2024. 12. 2.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