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바다를 잠식.. 휘젓고 다니며 어민들을 갉아먹어”
삼성크레인의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로 최악의 피해를 당한 어민대표들이 10일 책임당사자인 삼성중공업 본사를 항의방문하고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시간을 갖고 생각하겠다"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서울 서초동 삼성중공업 본사 앞. 수협중앙회가 마련한 버스에서 내리는 30여 어민대표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어민대표들은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충남·전북·전남 서해안 지역의 수협조합장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곧장 삼성중공업 건물 23층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서 삼성 관계자들과 마주 앉은 어민대표들은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삼성측의 책임을 강조하고, 어민들의 요구를 담은 ‘서해 유류사고에 대한 일선 어업인들의 요구서’를 박영현 삼성중공업 부사장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요구서를 전달할 때까지 삼성측에서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자, “자기소개는 해 주셔야지 뭐하는 거냐”며 몇 차례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피해어민들을 대표해 발언을 한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은 “삼성은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킨 한 곳이고 어민들에게 피해를 준 당사자로서 어민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자 한다”며 방문 목적을 밝혔다.
이종구 회장은 “삼성이 피해어민들을 다독일 수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삼성이 피해어민들의 뜻을 성의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느낄 때는 묵과하지 않겠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동안 삼성중공업에 쌓인 불만들도 토로했다. 이종구 회장은 “삼성중공업은 바다에서 커 온 회사로 (삼성의) 대형크레인이 동서남해안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어민들에게 피해를 줘 왔음에도 어민들은 삼성을 괴롭힌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삼성이 조선산업, 해운산업을 잠식하며 어민들을 갉아먹고 피해를 줬음에도 어민들이 회사를 방해한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번만큼은 피해가 워낙 커서 그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며 “피해어민들의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삼성의 이미지에 먹칠할 생각은 없다. 신사적으로 왔다”고 말하고 “중요한 것은 어민들이 받은 피해를 어떻게 하느냐”라며 삼성중공업 측에 사과와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피해어민들 “보상하라” vs 삼성 “시간을 갖고 생각하겠다”
어민 대표들은 요구서를 통해 삼성중공업에 ▲의문투성이 사고원인에 대해 명백히 규명할 것 ▲서남해안 환경 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힐 것 ▲피해어민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지 밝힐 것 등을 요구했다. 이어 이들은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어업인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어민과 삼성중공업의 면담 결과는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 참석했던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삼성은 ‘시간을 갖고 생각하겠다’는 말만 할 뿐 피해보상에 대한 어떤 답변도 전혀 없었다”고 면담결과를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오늘 자리는 단순히 피해어민들의 의견서를 전달받는 자리였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면담결과에 대해 “회사에서 ‘어민들의 의견을 심각하게 고민하겠다’는 선에서 답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중의 소리] 차성은 기자mrcha32@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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