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작품 ‘하루’와 비슷”
의혹제기 잇따르자 제작사 ‘명필름’측서 “사실무근” 적극 해명 보도매체 제소키로개봉 두달만에 관객 1백만명을 돌파하고 각종 영화제의 상을 석권하며 올해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접속’(감독 장윤현)이 지난해 3월 일본에서 개봉된 ‘하루’(감독 모리타 요시미치)의 표절이라는 시비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러자 ‘접속’의 제작사 명필름(대표 이은)은 최근 기자회견을 자청, “표절은 사실무근”이라며 표절의혹을 제기한 ‘TV저널’과 월간지 ‘프리미어’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명필름측의 자문을 맡은 김형태변호사는 “소재가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문제의 기사와 제목이 일반인들에게 ‘접속’의 표절인상을 줘 제작사측에 재산상·명예상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장윤현 감독은 “시나리오작업만 95년 3월부터 2년간 해왔다. 표절이라면 그렇게 오랫동안 20여회의 대본수정을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자신을 비롯한 ‘접속’제작진은 작년 9월 모 월간지를 통해 일본영화 ‘하루’에 대해 알게됐고 지난 1월 ‘하루’의 비디오테이프를 입수, 참고로 봤으나 그때는 이미 최종 시나리오가 나온 뒤라며 작업일정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장감독은 “‘하루’와 ‘접속’은 연출스타일이 완전히 달라 표절은 물론 모방도 아니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제작사측은 “구체적으로 기사의 어느 부분이 사실무근이냐”는 질문에대해 “제목과 전체적인 뉘앙스만으로도 표절이란 인상이 들게 했다”고 대답했다.
김변호사는 법원의 표절판정 기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람의 판단”이라며 재판부는 평론가 등의 감정을 참고한다고 밝혔다.
회견장에 나온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요청이 올 경우 법정에 나가 견해를 밝히겠다”며 사견임을 전제, “표절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기사를 쓴 당사자가 도쿄영화제에 참석하느라 나오지 못해 양측의 구체적인 토론 없이 제작사측의 해명으로 끝났다. 다만 ‘프리미어’지에서 참석한 한 기자는 “그 기사가 ‘접속’의 표절을 단정하지는 않았다. PC통신 등에서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에 두 영화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소개·분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비가 확산된 데 대해 ‘프리미어’지 김홍숙편집장은 “기본적으로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성질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소송이 정식으로 제기되면 그 때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 상태로는 시비의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시비가 한국영화의 표절논란에 하나의 획을 긋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강윤 기자>
문화일보 199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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