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국경 지뢰밭서 7명 실종
20대 임산부가 포함된 3가족 등 탈북자 13명이 중국과 베트남의 현지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뒤 중국및 베트남 군당국에 의해 「핑퐁식」으로 추방돼 「국제미아」가 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천주교인권위원회 김형태(변호사) 위원장은 2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북 난민 중 5명은 현재 베트남에, 1명은 중국에 체류중이며 나머지 7명은 인접국 지뢰밭에서 실종돼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이들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정부에 여러차례 촉구했으나 아무런 진전이 없고 일부는 실종되기까지 해 사실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탈북 유랑 7,000㎞=천주교인권위에 따르면 난민들은 함북 회령과 무산출신으로 극심한 식량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 4∼5월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했다. 8살·10살짜리 어린 남매, 임신 5개월의 20대 임산부 등이 포함된 이들은 당초 내몽고와 중국 헤이룽장성(흑룡강성)에 흩어져 있다가 7월 선양(심양)에 모여 한국행을 결심했다.
◇첫 망명신청=이들은 옌볜(연변)에서 북한 식량난 실태를 파악하던 「통일강냉이 보내기 모임」의 선교사 김재오씨(32)와 만나 지난 7월 김씨와 함께 베이징(북경)으로 이동, 주중 한국대사관에 집단망명 신청서를 냈으나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들은 선양의 한 호텔에서 『한국정부가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항의하는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김수환 추기경과 청와대에 보내고 『대사관에 공개난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으나 무산됐다.
◇베트남 이동=관계당국은 선양 호텔에서 이들을 만나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며 『ㅂ으로 가라. 그곳에서라면 받아주겠다』고 「베트남행」 언질을 줬다고 천주교인권위측은 밝혔다.
이에따라 이들은 관광객으로 위장, 대장정끝에 지난 10월 생명을 걸고 지뢰밭과 정글, 독뱀이 즐비한 베트남 국경의 한 강을 건너 밀입국, 주하노이 한국대사관에 도착해 재차 망명을 신청했다.
◇핑퐁식 추방=하노이 도착 19일만인 11월9일 『베트남 정부에 조사받으러 가야한다』고 해 차에 탔으나 곧장 국경근처로 이동돼 다음날 중국 영토로 쫓겨났다.
중국군은 하루만에 총구로 등을 떠밀며 베트남으로 다시 추방했으며 베트남측은 이들을 다시 인접국으로 쫓아냈다.
◇현재 생사=인접국으로 추방된 이들 중 한명은 베트남까지 동행한 뒤 귀국한 강냉이모임측에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외무부는 탈북자중 강영호씨(39) 가족 4명을 보호하고 있으며 강씨 부인 김경란씨는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 도착직후 뇌졸중으로 쓰러져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추방됐던 차모씨(31)도 대사관으로 돌아와 보호중이나 나머지는 행방을 알지 못해 이들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기자>
경향신문 199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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