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당선자·종교지도자 대화록
김대중 당선자는 14일 일산자택에서 김수환 추기경과 강원용 목사,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교계 지도자 3인과 오찬을 함께하며 IMF경제위기 극복과 정리해고 등의 실업자 대책 등 시국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김당선자와 3인과의 대화 내용.▷정리해고 문제◁
김당선자=빚을 갖고 부자행세를 했기 때문에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
강목사·송원장=대기업 총수들이 재산을 회사에 투자하고 경영이 부실할경우 퇴진키로 합의한 것은 당선자의 지도력 덕이다.
김당선자=어제 하루에 50년 동안 정리하지 못한 과제를 말끔하게 처리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시대적 요망을 받들어 자발적으로 수용한 것은 의미가 크다. 오늘 새벽 양 노총이 노사정위원회의 참여키로 결정했다.
강목사=앞으로 노사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달라.
김당선자=양 노총은 물론 많은 노동자들도 정리해고제 도입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세분 지도자께서 노동자 설득에 협조해 달라.
강목사=대선후 노조간부 세미나에 참석해보니 1백만명의 실업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노조가 그대로 있을수 없다는 고민을 들었다. 가진자들과 봉급자들이 적은 액수라도 실직자에 대한 물질적·정신적 도움을 줘야 한다.
김당선자=국내기업인들은 정리해고를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도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기업은 (정리해고를)도입하지 않으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돈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경영기법과 기술,시장도 함께 오기 때문에 필요한 절차 밟아가야 한다.
강목사·송총무원장=어제 회동에서 이건희 삼성회장에게 한 말과 김우중 회장을 귀국시키지 않은 것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좋은 예가 됐다.
김추기경=정리해고를 하면 많은 실업자가 생기는데 실업자의 마음을 달래야 노사정간 내용적인 합의가 이뤄진다. 실업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당선자=이제 새정부는 과거 구습에서 떨치고 기업은 노동자와 사회를 위해 기업활동에 전념해야 한다.
▷양심수문제◁
김추기경=(서경원 전 의원과 박노해 시인등을 거명하며)현정부에서 양심수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많다.
강목사·송원장=양심수는 민주주의에서 있을수 없는 일이다. 당선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당선자=세 분의 말씀 잘 알고있다. 국제적인 문제나 국내여론도 있지만 아직 취임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관계기관과 협의,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임 후 시간을 갖고 실시하겠다.
▷남북문제◁
송원장=남북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당선자=남북합의서 실천이 중요하다. 이것만 하면 통일을 빼고는 다 잘될 것이다. 나의 당선을 알리지않고 있는 북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해 놓고 북한의 동정을 지켜보고 있다. 북한은 자기 편리한 대로,믿고싶은 대로 믿는 사람들이다.
송원장=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김당선자=나는 정경분리 원칙에서 적십자 등 민간단체를 통해 도와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적이 잇다. 명확한 결정은 더 검토해야 한다.
<오일만 기자>
대한매일 199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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