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란 시인 이돈명 변호사 추모시
-범하 이돈명 선생 영전에 문병란 뜻은 선비의 단아한 옷 매무새
마음은 투박한 농부의 구수한 인정미
그러나, 싸움은 변방을 지키던 옛 장군
잔설을 인 2월의 노송
그보다 청청한 마음으로
여기 꼿꼿이 서 있는
우리들의 선봉장이여. -회갑 축시에서
29년 전 소생이
회갑기념 논문집에 수록했던
졸시의 한 대목입니다
너나없이 모두 100세 시대
망백의 문턱에서
아쉽게 삭별의 잔을 올리는
애통한 이 마음
하늘 무너지는 큰 슬픔 앞에
오늘은 어떤 울음을 울으리까.
풀끝의 이슬 수유 인생
육신 가진 목숨
저 멀리 흰 구름이 손짓합니다
하늘 길 고요히 무지개 띄웁니다
내일로 미루었던 그날의 꽃다발
거꾸로 가는 역사 앞에
망월동의 사연 목이 메입니다.
총총히 먼저 간 박현채
거리에서 대학으로 불러들이고
제게도 잃어진 교단 찾아주셨던
우리들의 민족대학 민주총장
무등산과 나란히 세워두고
큰 절 얼렸던 민주의 아버지여.
뒤돌아보면 피 얼룩 한 평생
굽이굽이 싸움으로 이어진 대장정
아직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는데
아직도 사탄들은 길을 막고 있는데
이렇게 총총히 가십니까
아쉬운 손길 놓아 눈물 주십니까.
악과 선 사이에서
사탄과 천사 사이에서
항상 약자 편에 서시어 의로웠던
곤곤한 그 마음 모두 풀어 놓아
가여운 저 형제들
저 맨발 안쓰러워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오늘은 어떻게 눈감으십니까.
김수한 추기경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
먼저 간 수많은 민주 인사 영령들
알아보시고 만나보시고
북쪽 형제들 안부도 챙기시고
어버이 마음 동지의 눈물
사탄을 쫓아 우리들을 응원하소서
오 죽어서도 죽지 않은 우리들의 님이여.
2011년 1월15일
문병란/시인
<한겨레>
기사등록 : 2011-01-14 오후 11:02:53 기사수정 : 2011-01-14 오후 11:09:02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58970.html
저작권자 © 천주교인권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