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보안” 도청방지기 불티
국회의원과 기업체,노동조합,시민종교단체들이 도청감청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지장치를 설치하거나 휴대폰을 수시로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안기부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도청감청이 폭넓게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들은 구내 일반전화를 기피한 채 정보 보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A의원 보좌관 김모씨(40)는 『통신업체의 자문을 받아 감청이 어렵다는 디지털방식의 휴대폰을 사용 중』이라며 『비밀을 요하는 내용은 일체 구내전화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회의의 한 의원도 지난 대통령선거 전 1백만원 이상을 들여 「H라인」이라는 도청방지용 秘話機(비화기)를 샀고 몇몇 의원들은 도청 감지기가 달린 개인전화를 1∼2대씩 놓고 있다.
5대 그룹을 포함,기업체들은 재계 빅딜과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에 관련 정보가 유출될까봐 사장 등 주요 임원의 전화기에 도청 감지기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장비 제거업체 S사 강모 사장(35)은 『지금까지 25개 기업과 계약해 정기적으로 도청 여부를 탐지중』이라며 『지난해부터 의뢰 기업들이 계속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재야시민 단체와 종교계의 도청 공포도 정치권에 못지 않다. 한국천주교인권위원회 오창익 사무국장(33)은 『군부문민 정부에서도 도청을 수시로 했기 때문에 요즘도 도청하고 있다고 본다』며 『도청 기술이 매우 발달해 속수무책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같이 도청감청 불안이 확산됨에 따라 도청 방지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 세운상가내 업주들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업소마다 일주일에 도난 방지기 2∼3대를 팔았지만 올 들어서는 하루 2∼3대씩 팔릴 만큼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것. 이에 따라 그간 주로 미국과 대만에서 수입하던 기계를 국내서도 만들고 있는데,애프터서비스까지 해주는 제품은 13만5천원,세운상가 자체 제품은 5만원에 팔리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실장은 『현행 감청제도는 수사기관의 편의와 자의적 판단의 여지가 많아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며 『감청을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蔡禧昌愼晋顥 기자〉
세계일보 199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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