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북한군 접촉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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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북한군 접촉 충격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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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중위 밑 부소대장… 사망의혹 증폭
군 수사당국은 8일 유엔사령부 예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소속 전 부소대장 김아무개(28) 중사가 북한 대남심리조 특수요원으로 구성된 북한 경비병들과 잦은 접촉을 한 혐의를 잡고 지난 4일 국가보안법 위반(반국가단체 회합통신죄)으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군 수사당국은 또 같은 부대에 근무하다 지난 5월 전역한 오아무개씨가 북한군으로부터 롤렉스시계 등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근무한 전·현역 사병들을 대상으로 북한군 접촉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군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 중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중대 부소대장으로 근무중이던 97년 7∼12월 지휘계통에 보고 없이 공동경비구역의 군사분계선상에서 북한쪽 경비병 김석철 중위, 김철호 중위, 리경남 상등병 등과 30여 차례 접촉한 사실을 확인하고, 접촉경위와 대화내용 등을 집중조사하고 있다.

김 중사는 이 과정에서 북한군과 통성명을 하면서 인삼주를 나눠 마시고 주소를 교환한 데 이어 맥주 담배 인삼주 위장약 등을 제공받는 등 친분을 쌓았으며, 지난해 11월초 새벽 2시에는 군사분계선을 20m쯤 넘어 북한군 1초소를 관찰한 뒤 복귀했다고 군 수사당국은 밝혔다.

군 수사당국은 최근 귀순 북한병사를 조사한 결과 북한쪽 경비병들은 주로 남쪽 첩보를 수집하는 대남심리전 특수요원인 ‘적공조’ 요원들로 구성돼 그동안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한국군 병사를 상대로 포섭공작을 벌여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중사가 이들에게 포섭돼 군사기밀을 넘겨주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군사분계선상에 세워진 회담장을 축으로 반경 400m 이내의 원형지대로, 76년 8월 북한군과 미군의 충돌 이후 양쪽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표시를 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대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돼 있다.

군 수사당국은 또 김 중사가 지난 2월 판문점공동경비구역 벙커에서 권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김훈(25) 중위 밑에서 부소대장을 지낸 점을 중시해 북한군 접촉과 사망사건의 연계성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육군 검찰부는 지난달말 김 중위 사망사건과 대해 자살로 발표했으나, 가족들은 이에 대해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김 중위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온 국회 국방위의 ‘김훈 중위 사망사건 진상조사 소위’(위원장 하경근)는 김 중위가 타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기로 했다. 국방위의 한 관계자는 “조사결과 국방부가 발표한 김 중위의 사망시각과 자살방법 등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진상소위는 김 중위가 타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도형 신승근 기자>

한겨레 1998-12-09